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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물가

 돈의 가치가 감소하면서 물가가 상승하고 통화량이 증가하였습니다. 과거에는 300원이면 살 수 있던 과자가 현재는 천 원으로도 살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시장에 실제로 존재하는 돈 자체가 많아졌다는 것보다는 대출의 증가로 인해 실존하지 않는 돈이 증가한 것으로 보입니다. 순환의 구조를 멀리 서서 크게 바라본다면, 내가 빌린 대출을 갚기 위해 버는 돈은 다른 사람이 빚진 돈인 격입니다.

 

2. 금융 자본주의 

 돈은 일반적으로 조폐공사로부터 만들어져 시장에 풀린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조폐공사에서 나오는 돈은 시중의 극히 일부일 뿐, 대부분 돈은 은행에서 부풀려집니다. 은행은 예금자가 예금한 금액만큼만 대출을 진행하지 않습니다. 은행은 만들어지지도 않은 돈을 어떻게 대출해 주는 것일까요?

 만약 제가 100원을 은행에 예금하면, 은행은 90원까지 타인에게 빌려줍니다. 그럼 제 통장에는 10원만 남아있을까요? 아닙니다. 제 통장에는 100원이 그대로 들어있고, 빌려 간 사람에게는 90원의 돈이 생깁니다. 처음에는 저만 100원을 가지고 있었는데, 은행에 예금하니 저에게 100원이 있고 누군가에게는 90원이 생겨서 총 190원을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3. 현대 금융 원리

 은행은 항상 정부와 은행이 약속한 지급준비율에 해당하는 돈을 제외한 만큼만 대출해 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위의 예시에서 은행은 100원을 전부 빌려주지 않고 90원만 빌려줄 수 있었던 것입니다. 모든 사람이 한 번에 다 같이 입금했던 돈을 찾으러 올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므로 은행은 실존하지 않는 돈을 빌려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만약 모든 사람이 동시에 모든 예금을 찾아가고자 하는 뱅크런이 발생한다면, 모든 은행은 파산하게 될 것입니다. 

 금이 곧 돈이었던 시대에 찰스 넬슨이라는 금세공업자가 금화와 금고를 만들어 무거운 금을 보관해 주기 시작했습니다. 금을 맡기면 보관증을 주고 보관료를 받기 시작했는데, 사람들이 이후에는 금화 대신 금 보관증을 가지고 거래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금세공업자는 점차 시간이 흐르면서 금을 맡겼던 사람들이 모두 한 번에 모든 금을 찾으러 오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에 보관하고 있던 금화를 빌려주며 이자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부르주아 계층의 사람들은 금세공업자가 대출이자로 많은 이익을 남기는 것을 보고 자신들의 금화가 정말 금고에 있는지 의문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금세공업자들은 대출이자로 받은 금액 중 일부를 이들에게 지급하게 됩니다. 이후에 욕심이 생긴 금세공업자는 금고에 있지 않은 금화까지 빌려주기 시작했고, 금고에 있는 금보다 10배나 많은 보관증을 발급하게 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그러자 사람들은 금세공업자를 의심하게 되었고, 결국에는 보관했던 금화를 전부 찾아가 버렸다. 금을 돌려받지 못한 사람들은 보관증 말고 금화를 되돌려달라고 했지만 있지도 않은 금화까지 빌려준 금세공업자는 망해버리고 맙니다. 이처럼 뱅크런은 금융위기로 이어집니다. 금융위기는 300~400년 전에 시작되었고, 주기적으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전쟁을 치르면서 금화가 필요해진 영국 왕실은 금 보유량의 3배까지 가상의 돈을 만들어 지급할 수 있게 합니다. 이는 나중에 은행이 지급 준비율을 이용해 돈을 불릴 수 있게 되는 계기가 됩니다. 만약 은행에 100억의 예금이 입금된다면, 10억의 지급준비금 제외하고 90억을 A에게 대출을 해줍니다. 이렇게 발생한 90억 신용통화의 10%를 제외한 81억을 B에게 대출해 줍니다. 이렇게 수차례를 반복하게 되면, 100억+91억+81억+72억+65억+59억+53… 이렇게 최대 1,000억이 됩니다. 이처럼 은행에 있어서 대출은 아주 중요합니다.

 지급준비율 높을수록 은행에는 그만큼 많은 현금을 묶어 두어야 합니다. 우리나라의 지급준비율은 평균적으로 3.5% 내외입니다. 만약 한국은행이 5,000억을 시중은행에 조달한다면, 약 6조 6천억의 신용 창조금이 만들어집니다. 물가상승률과 통화량은 비례합니다. 시중에 통용되는 화폐가 많아지면, 물가가 상승합니다. 중앙은행은 이를 이용하여 지급준비율의 조정을 통해 통화량을 조절합니다. 중앙은행이 지급준비율을 높이면 시중에 돌아다니는 화폐는 감소하고, 반대로 지급준비율을 낮추면 시중에 통용되는 화폐는 증가합니다. 한국은행이 금리를 동결하거나 인상함으로써 통화량을 조절하는 원리입니다. 중앙은행은 이자율을 통제하는 것뿐만 아니라 화폐를 발행함으로써 통화량을 조절할 수도 있습니다. 중앙은행이 화폐를 찍어 통화량을 늘림으로써 경기방어와 신용경색을 해결하는 정책을 말하며, 이는 양적 완화에 해당합니다.

 굳이 화폐를 발행하는 이유는 통화 시스템에는 이자가 없기 때문입니다. 중앙은행이 총 100억의 지폐를 발행합니다. 은행은 10억의 지급준비율을 제외하고 A에게 90억을 대출해 줍니다. A는 90억과 이자를 갚아야 합니다. 하지만 이자로 지급해야 할 현금은 행에서 발행되지 않은 돈입니다. 즉 지폐를 추가로 발행하지 않는 이상 A에게는 대출이자를 지급할 화폐가 없다는 것입니다. 이자를 내도록 하기 위해서는 화폐를 발행해야 하므로 화폐를 새로 발행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인플레이션은 다른 말로 통화팽창이라고 하며, 통화량의 증가로 인해 화폐의 가치는 하락하고 물가는 상승하는 현상입니다. 빌려 간 급격하게 발생한 인플레이션으로, 통제를 벗어난 물가 상승형태인 초인플레이션 상태입니다. 

 로저 랭그릭은 이자를 갚으려면 누군가의 대출금을 가져와야 한다는 말을 했습니다. 빚을 갚는 것은 개인에게는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시중에 돈이 적으면 누군가는 이자를 갚을 수 없게 되고 누군가는 파산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입니다. 경제 상황이 어두운 사람이 피해자가 될 확률이 높아지므로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경쟁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계속해서 다른 이의 돈을 빼앗기 위해 싸우게 되는 상황입니다. 우리의 은행 시스템은 아이들의 의자 앉기 놀이와 같습니다.  노래하고 춤을 추는 동안에는 탈락자가 없습니다. 하지만 음악이 멈추면 탈락자가 발생합니다. 의자의 개수는 언제나 사람 수보다 모자라기 때문입니다. 

 인플레이션의 호황은 빚으로 쌓아 올린 것이므로 결국 무너지게 됩니다. 누군가 파산하면 시중의 통화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파산하지 않은 사람들도 갚아야 할 돈이 부족해지므로 연쇄적으로 파산하면서 디플레이션이 나타납니다. 팽창이 멈추는 순간 디플레이션이 발생합니다. 디플레이션은 통화량의 축소로 물가가 하락하고, 경제활동이 침체되는 현상입니다. 

 금융위기가 정확히 언제 일어나게 될지 미리 알거나 예측하는 것은 어렵지만, 금융위기가 발생할 것이라는 가능성을 예측할 수는 있습니다. 러시아의 경제학자 콘드라티예프가 말한 바로는, 경제의 장기적인 순환주기는 48~60년이라고 합니다. 2000년 이후 미국은 디플레이션에 접어들었으며,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가 발생했습니다.

 미국의 통화정책을 눈여겨보아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달러가 기축 통화이기 때문입니다. 기축통화란 국제거래에 통용되는 결제 수단입니다. 기축통화의 역사는 1944년 미국 브레턴우즈 협정에서 시작됩니다. 미국 브레턴우즈 협정은 종전 직전 미국을 포함한 44개국의 대표들이 참가한 연합국 통화 금융회의 협정으로, 여기서 미화 35달러를 금 1온스에 고정하게 됩니다. 각 나라의 통화를 달러에 고정하게 되면서 달러가 기축통화가 되는 배경이 되었습니다. 이후 베트남 전쟁으로 달러의 가치가 하락하고 금 보유가 부족하게 되자, 1971년 8월 닉슨 대통령이 금 은행에 예금하니 철폐하였고, 금과 무관하게 달러를 발행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현재 달러를 발행하는 곳은 미국 연방준비은행(FRB)입니다. 미국의 연방준비은행은 한국의 중앙은행과는 다른 민간은행으로 미국 정부 또한 FRB로부터 돈을 빌려야 합니다. 이러한 이유들로 기축통화를 변경하자는 의견들이 있지만, 기축통화를 사용할 만큼 그 경제규모가 큰 나라가 없으므로 돈의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달러의 흐름을 눈여겨볼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우리는 물고기입니다. 누군가가 다가옵니다. 물과 양분을 주듯이 돈을 풉니다. 이제 살았구나 싶습니다. 우리는 금융자본이 쏟아붓는 빚을 먹고 몸집이 커집니다. 그러나 때가 되면 금융자본은 순식간에 물을 뺍니다. 이미 커져 버린 몸집은 어찌할 도리가 없습니다. 어떻게라도 살아남으려 하지만 이미 죽은 목숨입니다.

 

 

[ EBS 다큐프라임 자본주의 1부 돈은 빚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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